모기 물리면 '백신 부스터샷' 효과…호주서 말라리아 퇴치 신기원

호주 멜버른의 한 연구소가 매년 61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를 퇴치할 획기적인 백신 기술을 개발했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에게 물리는 것을 감염이 아닌 면역력을 강화하는 '부스터샷'으로 바꾸는 개념이다.
멜버른 WEHI 연구소의 저스틴 보디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특정 약물을 이용해 인체에 침투한 말라리아 원충이 병을 일으키기 직전에 사멸하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방식은 말라리아 원충이 간에서 증식하는 것은 허용하되, 혈액으로 빠져나가 적혈구를 파괴하며 본격적인 증상을 유발하기 직전에 막는 원리다. 보디 부교수는 이 단계를 '면역원성 최적점(immunogenic sweet spot)'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말라리아는 모기를 통해 인체에 들어온 원충(포자소체)이 간세포에서 약 일주일간 무증상으로 증식한 뒤 혈액으로 쏟아져 나와 고열, 두통, 구토 등을 일으킨다. 연구팀이 개발한 실험용 약물은 원충이 간세포를 탈출하는 데 필수적인 '플라스메프신 IX'와 'X'라는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한다. 이로써 간에 갇힌 채 죽은 수많은 원충은 인체에 아무런 질병도 일으키지 않으면서, 면역 체계가 항체와 T세포를 형성하도록 훈련시키는 훌륭한 '항원'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말라리아 유행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모기에 물리더라도 감염되는 대신 면역력이 계속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백신을 투여한 쥐는 말라리아에 감염되지 않았으며, 약 2년 뒤 말라리아 모기 10마리에게 물렸을 때도 면역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인간의 간세포를 이식한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사람에게 감염되는 말라리아 원충을 성공적으로 사멸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보디 부교수는 "과거 말라리아 백신 연구에서 쥐 실험 결과는 인간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곧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기존 말라리아 백신은 효과가 40~75%에 그치고 여러 차례 접종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과 관련해 특허를 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