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의 핸드백이 뭔지 아세요?” 호주 신조어 사전 화제

한때 호주인의 입에 오르내렸던 '서보(servo, 주유소)', '터커(tucker, 음식)' 같은 옛 속어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신 재치와 풍자가 넘치는 새로운 표현들이 호주 언어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12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 '데닐리퀸 사전(Deniliquin Dictionary)'이 있다.
이 계정은 시골 출신 카피라이터 린든 크리스티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시작한 프로젝트다. 그는 화상회의에서 사용되는 딱딱한 기업 용어와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의 거침없는 언어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자 했다. 크리스티는 '키스'라는 이름의 55세 이혼남 견인트럭 운전사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새로운 속어들을 소개한다.
'데닐리퀸 사전'이 소개하는 표현들은 기발함이 돋보인다. 슈퍼마켓 로스트 치킨은 '총각의 핸드백(bachelor’s handbag)', 소시지 롤은 '쥐의 관(rat’s coffin)', 저비용 항공사 젯스타는 '보간 미사일(bogan missile)', 소매 없는 패딩 조끼는 '사기꾼의 조끼(wanker’s waistcoat)'로 불린다. 또한 “모기지 빚이 있는 밀레니얼처럼 땀을 흘린다”는 불안한 상태를, “건축업자의 견적서보다 더 거칠다”는 숙취에 시달리는 상태를 묘사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로 특정 집단을 겨냥하기도 한다. 부동산 중개인은 '문 손잡이(doorknobs)', 퍼스널 트레이너는 '성인용 베이비시터(adult babysitters)'로 묘사된다. 최근에는 광산 재벌의 전용기를 이용한 폴린 핸슨 정치인을 두고 '버진 오스트레일리아(VirGina Australia)'나 '플리즈 익스플레인(Please Explane, 핸슨의 말실수를 비꼰 표현)'이라는 별칭을 붙여 팔로워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물론 모든 표현이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중국산 픽업트럭을 '상하이-럭스(Shanghai-Lux)'나 '칭기즈 카트(Genghis Kart)' 등으로 부르는 것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한 수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두고 작은 양조장을 지지하는 '전설'로 볼 것인지, 아니면 '겁쟁이'로 볼 것인지를 두고 팔로워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호주 속어는 때로는 논쟁을 낳으면서도,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