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긴장 격화…中 전직 외교관, '필리핀 섬 점령할 것'

세계 교역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간의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필리핀 영토 인근 해역에는 중국 해안경비대와 인민해방군 해군 소속 함정들이 상시적으로 배치되어 필리핀 측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싱크탱크 분석가이자 전직 외교관인 빅터 가오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위치한 티투섬(필리핀명 파그아사섬)과 같은 분쟁 도서들을 중국이 점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동경 118도 서쪽에서 안전을 느끼려는 필리핀인은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라며 “그들은 점령당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필리핀 국방부 장관 길베르토 테오도로는 중국의 행동이 “무책임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유화책은 통하지 않는다”며 “가치 있는 모든 국가는 유화책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분쟁의 핵심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다. 중국은 이른바 ‘남해구단선’을 근거로 남중국해 거의 전역에 대한 역사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필리핀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자국 해안선에서 370km에 이르는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설정하고 있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으나, 중국은 재판에 불참하고 판결을 거부했다.
최근 필리핀에서는 시민운동가, 청년 자원봉사자, 어민 등으로 구성된 연합체 ‘아틴 이토(Atin Ito, 우리의 것)’가 선박을 임대해 분쟁 해역인 파그아사섬으로 항해하며 주권을 주장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들의 선박은 마닐라를 떠난 지 12시간도 안 되어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의 미행을 받았다. 연합체 공동대표 라파엘라 다비드는 “필리핀 같은 작은 나라가 중국의 불법 활동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출 수 있다”며 국제적 압박을 통해 중국의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
양국 간의 물리적 충돌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필리핀 해군 전초기지 인근에서 필리핀 해군과 중국 해안경비대원들 사이에 물리적 다툼이 발생했다. 올해 초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유사한 충돌에서는 필리핀 선원 한 명이 엄지손가락을 잃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