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덮친 H5 조류인플루엔자…시민 감시단이 최전선에

호주가 조류인플루엔자 안전지대일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다. 남호주(SA)에서 치명적인 H5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공식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과 지역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첫 발병 사례는 라임스톤 코스트의 로브 지역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확인됐다. 이후 로브 해변 바로 맞은편 보딘 록스에서는 80마리가 넘는 댕기제비갈매기(greater crested terns) 사체가 발견되는 첫 대규모 폐사 사건이 보고됐다.
캥거루섬에 거주하는 조류 애호가 진 터너 씨는 남미 해안을 뒤덮은 바다사자 사체 사진 등을 보며 조류인플루엔자의 호주 상륙을 우려해왔다. 그는 "설마 우리에겐 오지 않을 것이라는 동화 같은 믿음이 있었지만, 이제 현실이 됐다"며 "상황은 더 어렵고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터너 씨는 남호주 정부와 환경 단체들이 협력해 출범시킨 '조류 관찰자 네트워크(Bird Observers Network)'에 참여한 120여 명의 자원봉사자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새를 식별하고 신고하는 훈련을 받는다. 터너 씨는 최근 부두에서 무리와 떨어져 홀로 "몸을 떨며 흔들리던" 댕기제비갈매기 한 마리를 발견해 신고했다. 이후 캥거루섬에서 발견된 여러 댕기제비갈매기에서 H5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남호주 조류협회(Birds SA)의 스티븐 랭글리 회장은 조류 관찰자들이 일반 대중보다 종을 더 정확히 식별하고, 망원경을 통해 무리 속 이상 개체를 발견하는 등 감시 활동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의 끔찍한 사진들을 보며 우리가 아끼는 새와 장소에 그 모습이 겹쳐 보였다"며 "모두가 변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에밀리 버크 남호주 환경부 장관은 감시 활동에 도움을 주는 조류 관찰 커뮤니티에 감사를 표하며, 다른 주에서도 유사한 시민 참여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랭글리 회장은 조류인플루엔자로 번식 가능한 새들이 대거 사라지면 살아남은 한 마리 한 마리가 매우 소중해진다며, 포식자 위협 감소와 서식지 보호 등 추가적인 조류 보호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아프거나 죽은 동물을 발견할 경우 절대 만지지 말고, 사진과 위치 정보를 확보해 '긴급 동물 질병 핫라인(1800 675 888)'으로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