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엘스턴윅, 평균 집값 200만불…소박한 동네의 비밀

2017년 호주 인기 리얼리티 TV 쇼 '더 블록(The Block)'에서 한 주택이 306만 7000달러에 낙찰되면서 멜버른의 교외 지역 엘스턴윅(Elsternwick)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이 지역은 과거와는 다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멜버른 남동부의 문화 중심지로 통해왔지만, 방송을 계기로 그 존재감이 확실히 각인된 것이다. 편리한 위치와 높은 명성에 걸맞게 고급 주택가가 될 법도 하지만, 엘스턴윅은 독특한 이중성을 지닌 동네로 남아있다.
이 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뚜렷한 다양성이다. 유대인, 아시아, 이탈리아, 그리스,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실제로 많은 주민이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 때문에 이곳으로 이주했으며, 계속 머무는 이유로 꼽기도 한다. 건축 양식 또한 1900년대 초의 우아함부터 1970년대의 독특한 스타일까지 혼재되어 있어, 종종 낡고 수리가 필요해 보임에도 불구하고 중간 주택 가격은 200만 달러에 육박한다.
인구 통계는 엘스턴윅의 모순적인 면모를 더욱 잘 보여준다. 이 지역에서 가장 흔한 직업은 '상점 점원'으로 나타나지만, 주민의 약 60%는 관리직이나 전문직에 종사한다. 인근 부촌인 브라이튼(Brighton)의 가장 흔한 직업이 '최고경영자(CEO)'인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주민의 약 40%가 월 1만 2000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에 속하지만, 동네 중심가인 글렌 헌틀리 로드(Glen Huntly Rd)에는 저렴한 맛집과 중고 상점(op shop)이 즐비하다.
엘스턴윅은 생활 편의성 또한 뛰어나다. 1960년 멜버른 최초로 건널목이 입체화된 기차역을 중심으로 버스 허브와 67번 트램이 운행돼 대중교통 이용이 매우 편리하다. 역 근처 공원은 과거 쓰레기와 주사기 등이 버려진 우범 지대였으나, 대대적인 정비 끝에 역사적인 소총 클럽 건물을 개조한 레스토랑이 들어서는 등 주민들을 위한 녹지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도서관, 넓은 스포츠 경기장, 테니스 클럽 등 편의시설과 함께 다양한 사립 및 공립 학교도 자리 잡고 있다.
글렌 헌틀리 로드를 중심으로 한 상권은 주중과 주말 가릴 것 없이 활기가 넘친다. 최근에는 기차역 인근의 새 아파트로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되면서 동네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프랑스, 일본,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호주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콜스(Coles) 슈퍼마켓, 100년 넘게 운영 중인 남성복 매장 등이 어우러져 신구의 조화를 이룬다. 최근 재단장한 클래식 시네마에서는 멜버른 국제 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제가 열리며 지역의 문화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