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26년 만에 외환시장 공동 개입…'엔저' 근본 해결은 아직

미국과 일본이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개입했다. 지난주 엔화 가치가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62엔을 넘어 164엔에 육박하자 양국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일본은행(BoJ)은 지난주 이틀에 걸쳐 미화 약 870억 달러(호주화 약 1232억 달러)를, 미국 재무부는 최대 100억 달러를 투입해 엔화를 매입했다. 이 개입으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5.21엔까지 상승했으나, 효과는 점차 사라져 지난 금요일 158.40엔을 기록한 뒤 현재 157.7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개입이 없다면 엔화 약세를 유발한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요인들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가 넘는 막대한 정부 부채, 인플레이션 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추진하는 소비세 인하와 국방·기술 분야 지출 확대 계획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엔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의 현저한 금리 격차다. 일본은행의 정책금리가 1%인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는 3.5~3.75%에 달한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일본은 2.79%지만 미국은 4.65%로 격차가 크다. 이로 인해 일본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해외로 자금을 보내고,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개입에 동참한 주된 이유는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막기 위함이다. 만약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현재 1조 1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일본 자금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수익률 상승)하고, 이미 연간 1조 달러를 넘어선 미국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약한 엔화는 일본의 대미 수출 경쟁력을 높여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을 저해할 수 있으며, 다른 아시아 통화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위험도 있다. 미국 재무부는 일본은행이 시장 개입 자금 마련을 위해 미 국채를 매각하지 않도록, 보유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레포' 제도를 제공하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
결론적으로 양국의 이번 시장 개입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시간을 버는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유지되는 한 엔화 약세 압력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