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뒤흔든 '불만 정치', 새 총리 번햄의 부상과 호주의 미래

영국 정치 지형이 유권자들의 '불만'을 동력으로 삼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온건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노동당의 앤디 번햄이 맨체스터 시장에서 총리 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로 입성하며 이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번햄 총리의 부상이 극우 포퓰리스트 나이절 파라지의 개혁 운동과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다는 분석이다. 이념적으로 정반대에 있는 두 정치인은 '기성 정치권'이 평범한 영국인들의 고충과 필요를 외면했다는 공통된 비판을 통해 지지를 얻었다. 번햄은 영국의 규제 완화와 작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정치 체제를 흔들려 하고, 파라지는 이민과 유럽의 영향력에 대한 반감을 자극한다. 접근법은 다르지만, 유권자의 불만을 파고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번햄 총리는 10년 만에 7번째 영국 총리다. 그는 2001년부터 2017년까지 15년 넘게 웨스트민스터 의회에서 활동한 베테랑 정치인이지만, 지난 10년의 대부분을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으로 일하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그의 총리 등극은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영국 노동당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뚜렷한 좌파적 전환을 이룬 사건으로 평가된다.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키어 스타머 등 이전 노동당 총리들이 중도 좌파를 표방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번햄 총리의 등장은 호주 정치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호주에서도 폴린 핸슨과 그의 원내이션당이 유권자들의 불만을 흡수하며 거대 양당인 연립과 노동당을 위협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호주 유권자와 정치인들은 영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번햄 총리는 이미 호주의 전직 총리들과 비교되며 그의 정치적 수완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당내 다른 세력에 정책을 약속하며 발이 묶인 맬컴 턴불과 달랐고, 기존 정부와 큰 차이가 없는 인물로 비치려 애썼던 앤서니 앨버니지와도 다른 행보를 보인다. 또한 케빈 러드나 토니 애벗보다 뛰어난 정치적 관리 능력을 초반부터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의 정치 실험이 현대 정치에서 '불만'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