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옛 동료에서 적으로… 칼튼-세인트킬다, 운명의 외나무다리 승부

옛 동료에서 적으로… 칼튼-세인트킬다, 운명의 외나무다리 승부

호주 풋볼 리그(AFL)의 칼튼과 세인트킬다가 마블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이번 경기는 1972년 예선 결승 이후 두 팀 간의 가장 중요한 승부로 꼽히며, 와일드카드 진출권의 향방을 가를 중대 일전이다.

특히 이번 경기는 양 팀에 얽힌 선수들의 사연으로 더욱 주목받는다. 세인트킬다 소속의 리암 스토커는 친정팀 칼튼을 상대로 개인 통산 100번째 경기에 나선다. 공교롭게도 현재 칼튼에서 뛰고 있는 전 세인트킬다 선수 블레이크 에이커스는 스토커가 칼튼 시절 달았던 등번호 13번을 사용하고 있다. 스토커 외에도 지난해 자유계약선수로 칼튼을 떠나 세인트킬다 유니폼을 입은 잭 실바니와 톰 데 코닝 역시 친정팀을 상대한다.

현재 조쉬 프레이저 임시 감독 체제에서 9승 2패를 기록 중인 칼튼은 이번에 승리할 경우 세인트킬다를 두 게임 차로 따돌리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반면 로스 라이언 감독이 이끄는 세인트킬다가 승리하면 순위에서 칼튼을 앞지르게 되며, 남은 두 경기의 대진이 비교적 수월해 최종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칼튼의 선수 명단 관리자였던 스티븐 실바니(잭 실바니의 아버지)가 2019년 팀을 떠난 후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양 팀 간에 감정적인 앙금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해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구단 관계자들은 칼튼의 운영진이 교체되면서 더 이상 서로에게 악감정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칼튼은 지난해 세인트킬다가 톰 데 코닝에게 '터무니없는 제안'을 해 그를 잃은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적으로 두 팀은 라이벌 관계라고 부르기엔 거리가 멀었다. 총 46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지만, 결승에서 맞붙은 것은 단 5번뿐이며 1972년이 마지막이었다. 세인트킬다의 칼튼 상대 통산 승률은 26.75%로, 모든 팀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2001년 칼튼의 아론 해밀이 세인트킬다로 이적한 이후, 특히 마블 스타디움에서는 세인트킬다가 22승 8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양 팀 감독은 경기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의식하기보다 자신들의 플레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스 라이언 감독은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라며 상대를 '얼굴 없는 적'에 비유했고, 조쉬 프레이저 감독 역시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풋볼을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라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라이언 감독은 프레이저 감독이 칼튼의 수비력을 6골이나 향상시켰다며 농담조로 그를 '올해의 감독'으로 꼽기도 했다.

옛 동료에서 적으로… 칼튼-세인트킬다, 운명의 외나무다리 승부 | 호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