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불타는데 잠든 남자… 10만 달러 호주 원주민 예술상 수상

마리 응가르(Marri Ngarr) 부족 출신 예술가 라이언 프레슬리(Ryan Presley) 박사의 회화 작품 '방해받지 않는 평온한 우리의 삶(Our Lifestyle of Tranquility Undisturbed)'이 '2026 텔스트라 국립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섬 주민 예술상(NATSIAA)'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우승 상금은 10만 달러다.
이 작품은 언뜻 평화로워 보이지만, 곧 불안감과 불길한 예감을 자아낸다. 그림 중앙에는 한 남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곤히 잠들어 있다. 하지만 그의 옆에는 총 한 자루가 물가의 선반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배경의 부드러운 색감은 아름다운 하루가 저물어가는 듯한 풍경을 암시하지만, 자세히 보면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예술가이자 학자인 프레슬리 박사는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요소들을 혼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르네상스, 바로크, 낭만주의 시대 작품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으며, 특히 16세기 화가 도메니코 베카푸미의 '수태고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작의 어둠과 빛이 섞인 강렬한 분위기 일부를 유지하면서도, 유칼립투스 나무와 산불 등 호주 현지 풍경을 더해 ‘아름다움과 재앙이 공존하는 불안한 특성’을 만들어냈다.
그림 속 잠든 남성의 모습은 안토니오 코라디니의 조각상 '아도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프레슬리 박사는 이 작품을 통해 현실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는 태도와 현실을 수용하는 태도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올해 예술상에는 총 221개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이 중 64개 작품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심사위원단은 예술가 줄리 고프, 요니 스카스, 와라바 웨더럴로 구성되었다. 최종 후보작들은 다윈에 위치한 노던 준주 박물관 및 미술관(MAGNT)에 전시 중이다.
한편, 올해 멀티미디어 부문상은 티위족 예술가 콜린 히넌-푸룬타타메리의 영상 작품 '과부 이야기(Ngirramini Ngini Amparruwu)'가 수상했다. 종이 작품 부문에서는 제나 마일레마 리가 대영박물관 지도를 재활용해 만든 '빼앗긴 것을 되찾다(Taking Back Taken)'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큐레이터 섀넌 브렛 박사는 올해 최종 후보작들에서 할머니, 어머니, 가족 등 여성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