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바꾼 브리즈번 CBD, 퀸스트리트몰 하루 6만 명 발길 끊겨

코로나19 팬데믹이 브리즈번의 심장부인 퀸스트리트몰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팬데믹 이후 재택 및 하이브리드 근무가 확산하면서, 이곳을 지나는 일평균 보행 인구가 약 6만 명 감소해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드니나 멜버른처럼 장기 봉쇄를 겪지 않았던 브리즈번 역시 팬데믹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퀸즐랜드 공과대학교(QUT)의 게리 모티머 소비자 행동 및 소매 마케팅 교수는 유동 인구 급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재택근무를 꼽았다. 여기에 대형 백화점 마이어(Myer)가 2023년 7월 문을 닫으며 도심 중심부에 5개 층 규모의 공백을 남겼고, 피그 앤 휘슬(Pig ‘N’ Whistle)과 밀라노(Milano) 등 유명 상점들이 철거된 것도 상권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윈터가든(Wintergarden) 쇼핑센터 역시 새로운 오피스 타워 건설을 위해 폐쇄 및 철거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상점 공실률로도 확인된다. 상업용 부동산 기업 CBRE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브리즈번 CBD의 소매점 공실률은 17.5%로, 퍼스에 이어 호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레드클리프 플레이스에서 매주 수요일 브리즈번 시티 마켓이 열리고 있음에도, 퀸스트리트몰의 조지 스트리트 방면 끝자락은 여전히 한산하며 빈 점포들이 눈에 띈다. 모티머 교수는 소비자들이 도심 대신 교외의 대형 쇼핑센터를 선호하는 전반적인 소매 유통 트렌드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달리아 아지리스(36) 씨는 일주일에 3일 이상 사무실에 나가는 일이 드물다. 그녀는 하이브리드 근무에 대해 "매우 만족하며, 다시 전일제로 사무실에 복귀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근무 전후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개인 용무를 보거나 집안일을 할 수 있는 등 유연성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동료들과 마주치는 사무실 출근일이 오히려 친목 도모의 장이 되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보행 인구 감소와는 대조적으로 브리즈번의 오피스 시장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CBRE에 따르면 브리즈번의 오피스 출근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92%에 달해 호주 전체 평균인 81%를 크게 웃돈다. 오피스 공실률 역시 2021년 말 15.4%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해 2026년 말에는 10%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CBRE의 톰 브로더릭 연구 책임자는 브리즈번 오피스 시장이 팬데믹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시장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다르다. 이탈리안 카페 마르케티(Marchetti)의 오너 마이클 마크라스 씨는 브리즈번이 다시 '주 5일 근무 도시'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CBD가 아직 새로운 리듬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거에는 금요일이 단연 가장 바쁜 날이었지만, 이제는 월요일이 더 붐빌 때도 있는 등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의회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퀸스트리트몰은 금요일이 가장 붐비고, 화요일과 수요일이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