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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으로 스러져가던 어머니, 포커 게임에 되살아난 순간

파킨슨병으로 스러져가던 어머니, 포커 게임에 되살아난 순간

9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어머니는 병마에 서서히 모든 것을 빼앗기고 있었다. 한때 가족력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손 떨림은 2017년 무렵 첫걸음조차 떼기 힘든 증상으로 악화했고,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병이 중기 단계에 접어든 후였다.

이후 어머니는 혼자서는 걸을 수 없게 되었고, 단정했던 필체는 알아볼 수 없게 변해 자신의 이름조차 서명하지 못하게 됐다. 가장 큰 기쁨이었던 노래를 멈췄고, 목소리는 감기가 낫지 않는 사람처럼 가늘어져 가족 외에는 알아듣기 힘들어졌다. 이제는 딱딱한 음식을 거의 삼키지 못하고, 때로는 자신의 침에 사레가 들리기도 한다.

2년 전 상하이를 떠나 시드니로 이주한 딸은 1년에 두 번 어머니를 찾는다. 6개월의 공백은 어머니의 변화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최근 방문했을 때, 어머니는 식탁에 앉아 잠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눈을 감고 있었다. 딸이 곁에 앉자 아버지가 “딸이 왔으니 눈을 떠보라”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손가락으로 무거운 듯한 눈꺼풀을 직접 들어 올려야 했다.

그 순간, 딸은 어머니가 예전에 포커 게임을 즐겼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카드를 꺼내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카드 섞는 소리에 어머니는 등을 곧게 폈고, 규칙을 설명하려는 딸에게 “규칙은 안다”고 말하며 카드를 집어 들었다. 어머니의 손은 흔들림이 없었고 시선은 카드에 고정됐다.

어머니는 게임 내내 치밀하게 계산하고 때를 기다리며 경기를 주도했고, 결국 승리했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희미하게 미소 짓던 어머니는 다음 판에서는 일부러 나쁜 패가 들어온 척 상대를 속이는 여유까지 보이며 또다시 이겼다. 그 순간 어머니의 얼굴에 되살아난 생기는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이런 모습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몰래 좋은 카드를 건넸다. 하지만 어머니는 말없이 그 카드를 다시 아버지에게 밀어냈다. 딸이 어머니가 도움을 거절하는 모습을 본 것은 수년 만에 처음이었다.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병마 너머에 여전히 어머니의 고집스러운 본모습이 남아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딸은 익숙한 활동이 때로 병의 장벽을 뚫고 환자의 본모습을 잠시나마 되찾아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문 기간 내내 그들은 매일 카드를 쳤고, 다시는 어머니에게 좋은 패를 몰래 주지 않았다. 시드니로 돌아온 지금, 아버지는 어머니가 카드 게임에 집중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고 전한다. 하지만 딸이 화상 통화로 “어머니는 포커페이스를 가졌었다”고 말하자, 어머니의 입가에는 다시 한번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카드를 쥐는 힘은 약해졌지만, 그녀 안에는 여전히 게임을 할 줄 아는 무언가가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