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파이어'는 옛말? 호주 산불 용어에 담긴 언어 논쟁

장난감 'jack-in-the-box'의 복수형은 무엇일까? 'jacks-in-the-boxes'일까, 아니면 'jack-in-the-boxes'일까? 언어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애슬은 이처럼 일상 속 사소한 문법적 고민에서 출발해 호주 사회의 언어 변화에 대한 흥미로운 논쟁을 소개한다.
그의 독자들은 언어에 대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한다. 벤 탈만은 유해한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에플루언서(effluencer)'로 부르자고 제안했으며, 리 고더드는 식기세척기 정리를 못 하는 증상을 '디쉬렉시아(dishlexia)'라는 신조어로 표현했다. 또 다른 독자 리건 팔란디는 ABC 방송 로고(리사주 곡선)가 'funny and sign'의 두음전환(Spoonerism)을 통해 'sunny and fine'이라는 긍정적 예보가 된다는 재치 있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언어유희는 스포츠계에서도 발견된다. 한 독자는 이름이 특이하고 비슷한 골프 선수 잰더 쇼플리(Xander Schauffele)와 스코티 셰플러(Scottie Scheffler)로 단어 퍼즐을 만들려 했다고 고백했다. 칼럼니스트 자신도 월드컵 당시 에콰도르(Ecuador)와 퀴라소(Curacao)의 철자 유사성이나, 2010년 프랑스 오픈 결승에서 이탈리아 선수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Francesca Schiavone)의 성에 '멸치(anchovies)'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응원팀을 바꿨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최근 가장 큰 화두는 호주 산불을 지칭하는 용어의 변화다. 독자 토니 힐리는 왜 호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부시파이어(bushfire)' 대신 미국식 표현인 '와일드파이어(wildfire)'가 점점 더 많이 쓰이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2000년대 초 TV 기자들이 미국 보도를 인용하며 시작된 이 현상이 이제는 정부 보고서에까지 등장했다며, 이를 일종의 '문화적 사대주의(cultural cringe)'가 아닌지 물었다.
이에 대해 애슬은 '와일드파이어'라는 용어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산불을 'incendies(wildfire로 번역)'로 표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와일드파이어'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부시파이어'가 호주 원주민의 불 관리 문화나 당국의 계획 소각 등 호주 고유의 맥락을 담고 있다면, '와일드파이어'는 산불이 통제선을 넘어 주택, 공장, 농지 등 'bush'의 경계를 넘어서는 광범위한 재난 상황까지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호주 내 야생에서 발생한 불은 진정한 의미의 '부시파이어'지만, 그것이 인간의 영역을 위협하는 순간 '와일드파이어'가 된다는 아이러니가 성립한다. 어떤 용어를 선택할지는 처음 제기되었던 'jack-in-the-box'의 복수형을 정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