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학대에 여성 정치인 절반 '재출마 고민', 민주주의 위협

호주의 비영리 단체 'Women for Election'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여성 정치인의 거의 90%가 성차별적인 온라인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심각한 것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이러한 공격 때문에 공직을 계속 수행해야 할지 재고하게 되었다고 답한 점이다. 이번 전국 조사는 연방, 주, 지방 정부 등 모든 단계에서 활동하는 현직 및 예비 여성 정치인 110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3은 지난 2년간 여성 정치인에 대한 온라인 학대가 증가했다고 믿고 있었다. 또한 약 65%는 딥페이크나 조작된 콘텐츠 같은 인공지능(AI) 생성물을 이용한 학대를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했다고 답했으며, 98%는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절반은 온라인 학대로 인해 재출마 여부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성 정치인 역시 위협을 받지만, 여성 정치인을 향한 공격은 훨씬 더 개인적이고 성차별적이며 성적인 특징을 띤다. 'Women for Election'의 리시아 히스(Licia Heath) 대표는 이러한 학대가 다문화 배경, LGBTQ+, 젊은 여성 정치인에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히스 대표는 "인공지능이 정부의 대응 속도보다 더 빠르게 유해한 학대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들을 비인간화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시도는 결국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여성 의원이 임기 중 살해당하는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타라 모리아티 NSW 농업부 장관은 유해 야생 돼지 관련 정책 발표 후 폭력 위협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켈리 슬론 주 야당 대표는 작년 11월 신나치 시위를 비판한 뒤 폭력적인 위협을 받고 X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스노이 모나로 시의원인 타냐 히긴스는 동료 시의원으로부터 '멍청한 뚱보 금발'이라는 말을 들었으며, 그녀의 자녀들은 온라인에서 어머니가 '멍청한 뚱보 거짓말쟁이'로 불리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심지어 한 침입자가 그녀의 집 진입로를 반복해서 오가는 일도 있었다.
1984년 호주에서는 성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며 여성의 사회적 역할 재정립에 기여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소셜 미디어 시대의 온라인 학대는 현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 여성들의 정계 진출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벽이 되고 있다. 의회 내 여성의 수가 증가했지만, 학대와 괴롭힘을 정치 참여의 대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