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정부, 데이터센터에 '100% 재생에너지' 의무화 추진

호주 연방정부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사용량 전체를 신재생에너지 투자로 상쇄하도록 의무화하는 강력한 규제안을 내놓았다.
크리스 보웬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국립언론클럽(National Press Club) 연설에서 인공지능(AI)과 기후 변화를 '우리 시대의 결정적 문제'로 규정하며, 주정부들이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기후나 전력망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외면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보웬 장관은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이나 전력 공급 안정성을 희생시키면서 주정부들이 경쟁적으로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서는 '바닥 경쟁'을 연방정부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 규제의 핵심은 '원인 제공자 부담(causer pays)' 원칙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사용자가 새로운 송전망을 필요로 하거나 증설을 요구할 경우, 그 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원산지 보증 제도(guarantee of origin scheme)'를 통해 전력 사용량을 100% 상쇄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기존에 건설 계획이 없던 새로운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는 방식, 예를 들어 최종 투자 결정 단계에 이르지 않은 풍력발전소와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 등으로 이행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력망 안정을 위해 충분한 예비 전력(firmed power)을 확보했음도 증명해야 한다.
연방정부는 지난 수요일 호주에너지시장위원회(AEMC)에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부담 완화를 위해 송전탑과 전선 등 신규 설비 자금에 '적절히 기여'하도록 하는 규정 변경을 공식 요청했다. 업계 단체인 '데이터센터 오스트레일리아'의 벨린다 데넷 대표는 업계가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비용을 부담한다는 원칙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러 사용자가 함께 쓰는 공유 자산에 비용을 지불할 경우 그 기여도가 제대로 인정받아야 하며, 다른 사용자들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이번 계획에 대해 퀸즐랜드주와 노던 준주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이들 지역은 다른 주들과 달리 연방정부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데이비드 크리사풀리 퀸즐랜드 주총리는 지난달 "데이터센터의 에너지원은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가장 적합한 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믿는 주는 퀸즐랜드뿐"이라며 화석 연료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에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보웬 장관은 이들 주의 협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에 연방 헌법에 따라 주법과 충돌할 경우 연방법이 우선한다며, 연방 입법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데이터센터를 2050년까지 호주 전체 전력의 10%를 사용할 '고래'에 비유하면서도, 새로운 규정을 준수한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