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24시간 '감금' 인구조사, 호주와 어떻게 달랐나

곧 호주 통계청(ABS)으로부터 2026년 인구조사(Census) 참여 안내를 받게 될 많은 호주 교민들은 8월 11일, 약 20분의 시간을 들여 온라인 양식을 작성하게 된다. 벌금을 피하기 위한 작은 불편함 정도로 여길 수 있는 이 과정이 얼마나 편리한 것인지, 2004년 볼리비아에서 특별한 인구조사를 경험한 한 작가의 이야기가 새삼 일깨워준다.
멜버른 출신의 작가 닉 달지엘은 2004년 3월 23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인 볼리비아 라파스(해발 3650m)의 한 호스텔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이날 자정부터 다음 날 자정까지 24시간 동안 건물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다. 볼리비아가 12년(혹은 23년) 만에 실시하는 전국 인구조사를 위해 전 국민에게 이동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볼리비아에 체류하던 11,365,333명의 모든 사람은 의료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24시간 동안 자신이 머무는 한 장소에 있어야 했다. 만약 이 시간 동안 거리에 있다가 적발되면 교도소 수감 인구로 분류되어 집계될 정도였다. 달지엘이 묵었던 호스텔 역시 문을 걸어 잠갔고, 직원들은 리셉션 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다. 반면 투숙객들은 바비큐 파티와 맥주 탁구 게임을 즐기며 기묘하게 조용한 도시의 오후를 보냈다.
볼리비아가 이처럼 극단적인 방식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제대로 작동하는 우편 시스템이나 보편적인 인터넷 접근성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86만 명의 자원봉사 조사원들이 하루 종일 4백만 가구를 직접 방문해 인구를 파악했다. 이 인구조사는 수년간 이어진 시민들의 요구 끝에 성사된 것으로, 국민들의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지역 정부들은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 것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특정 지역에 집계된 인구가 많을수록 더 많은 정부 예산과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머무는 것이 곧 자신의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었던 셈이다. 달지엘은 이러한 상황을 알지 못하고 하마터면 길 위에서 인구조사의 날을 맞을 뻔했지만, 호스텔 직원의 권유로 예약을 연장한 덕에 운 좋게 안전한 잠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허름한 방이나 벽장 같은 곳에 갇혀 굶주려야 했던 다른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팬데믹 기간의 봉쇄 조치를 떠올렸다. 특히 하루 수입이 절실한 현지인들이 겪었을 경제적 어려움은 훨씬 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호주 통계청 직원들 역시 외딴 지역을 방문하고 노숙인들을 직접 찾아가 집계하는 등 모든 사람을 포함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호주 거주자들은 소파에 앉아 20분만 할애하면 된다. 24시간 완전한 봉쇄와 비교하면, 호주의 인구조사는 불평하기 어려울 만큼 편리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