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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시험, 고양이 찾기... 뉴욕의 평범한 일상이 예술이 되다

운전면허 시험, 고양이 찾기... 뉴욕의 평범한 일상이 예술이 되다

뉴욕 브루클린의 한 막다른 골목. 26세 영화감독 노아 블라우는 운전면허 시험을 앞두고 평행 주차를 연습하는 친구 아이타나 도일을 캠코더에 담고 있었다. 이는 블라우가 제작하는 인스타그램 쇼 ‘심부름(Errands)’의 한 장면이다. 이 쇼는 친구들이 뉴욕 시내에서 커튼 달기, 스케이트보드 교체 같은 평범한 심부름을 수행하는 과정을 영웅의 여정처럼 그려내며 조용하지만 열광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10개월 전 친구 마르타가 핑크색 가발을 찾아 나선 첫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심부름’은 로파이(lo-fi) 스타일의 영상과 독특한 재즈 플루트 음악을 배경으로 도시의 소소한 과업들을 한 편의 서사시로 만든다. 고장 난 CD 플레이어를 고치러 가는 시인 버나드, 중고 서점에 책을 파는 무직 작가 브리트니 등 등장인물은 모두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들이다.

쇼의 핵심 주제 중 하나는 ‘실패’다. 배우 제레미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끝내 찾지 못하고, 부당한 자전거 탑승 벌금에 항의하러 법원에 간 DJ 데클란은 냉담한 판사 앞에서 패소한다. 데클란은 재판 후 담배를 피우며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라고 말한다. 제작자 블라우는 “실패율이 사실 꽤 높다”며 “처음엔 문제가 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고, 그것을 이뤘는가? 라는 질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블라우는 쇼의 또 다른 매력으로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엿보는 듯한 관음적인 측면을 꼽았다. 그는 “사람들은 화장지를 사서 들고 가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워하지만, 공적인 장소에서 사적인 행동을 보는 것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배우 지망생이자 쇼에 출연한 도일(23) 역시 “‘심부름’은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때로는 하루 종일 한 일이라곤 심부름 하나뿐일지라도, 그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볼티모어의 언론인 집안에서 자란 블라우는 NYU 티시 예술학교에서 다이렉트 시네마의 거장들과 마틴 스코세이지 같은 뉴욕 배경 영화감독들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스코세이지의 영화 ‘특근(After Hours)’을 ‘궁극의 심부름’이라 칭하며, 평범한 심부름이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번지는 에피소드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