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의료기기 안전망 '구멍'…인력·시스템 부족에 감독 부실 우려

호주 내 140만 개에 달하는 의료기기의 안전성을 감독하는 호주 식약청(TGA)이 심각한 인력난과 시스템 노후화로 인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환자 안전을 위한 핵심 안전망이 사실상 위태로운 상태라는 지적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된 2024년 TGA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의료기기 부작용 사례를 모니터링하는 핵심 팀의 인력은 책정된 예산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TGA는 올해 3월부터 병원의 부작용 보고가 의무화되면서 관련 보고가 최대 10배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방 정부는 이에 필요한 추가 예산 지원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TGA는 급증하는 보고를 처리하는 데 최대 15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며, IT 시스템 개선 없이는 연간 1,58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당시 문건은 "배정된 정규직 인력의 약 50%로 운영되고 있어, 인력 충원 자체가 상당한 도전 과제"라고 명시했다.
문제는 인력 부족만이 아니었다. 2025년 발표 자료에서는 TGA의 정보기술(IT) 및 데이터 처리 시스템의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여러 개의 낡은 데이터베이스가 서로 연동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으며, 시스템이 일주일에 한 번꼴로 다운되는 등 비효율이 극심했다. 단일 보고서를 처리하는 데 최소 85분이 소요되며, 특정 기기에서 반복되는 상해나 사망 사고의 경향을 자동으로 파악해 경고하는 기능조차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총체적 부실은 실제 감독 소홀로 이어졌다. TGA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접수된 37,540건의 부작용 보고 중 단 4.2%만을 조사하는 데 그쳤다. TGA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TGA는 대부분의 경우 심층 조사를 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만 해둔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한 언론사의 '의료기기 오작동' 탐사보도를 통해 휴대용 제세동기, 혈당 측정기, 척수 통증 펌프 등 여러 기기에서 발생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또한 이 보도로 TGA의 공개 부작용 데이터베이스에서 2019년 10월 이전에 보고된 수십 건의 사망 사례가 누락된 사실이 밝혀지자, TGA는 '기술적 문제'를 인정하고 경고문을 게시해야 했다.
이에 대해 TGA 측은 정부에 추가 예산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현재는 모니터링팀 인력이 3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트레이시 더피 TGA 의료기기·품질 부문 수석 담당관은 "해당 문건들이 현재 상황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상당수의 낡은 IT 시스템을 다루고 있으며, 현재 시스템 전환과 현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일부 문제를 시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