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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 위장해 밀항, 100년 전 뱃사람의 꿈을 꾼 여성

남자로 위장해 밀항, 100년 전 뱃사람의 꿈을 꾼 여성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28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발라클라바 출신의 22세 음악 교사 잔 데이(Jeanne Day)는 바다에서의 삶을 동경했다. 하지만 당시 여성은 배에서 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고, 그녀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대담한 선택을 한다.

어느 날 밤, 포트링컨에 정박 중이던 핀란드 범선 헤르초긴 체칠리에(Herzogin Cecilie) 호에 데이는 머리를 자르고 바지를 입는 등 소년으로 위장해 몰래 올라탔다. 잉글랜드로 향하는 이 배의 갑판 아래 숨어든 그녀는 한 차례 발각되어 쫓겨났지만, 굴하지 않고 다시 밀항을 감행했다. 출항 사흘째 되던 날, 극심한 굶주림과 갈증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헤르초긴 체칠리에 호는 호주에서 케이프 혼을 거쳐 잉글랜드까지 곡물을 실어 나르는 다른 배들과 공식적인 경주 중이었기에, 밀항자를 돌려보내기 위해 회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작가 AJ 빌리어스는 1932년 퍼스 데일리 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배에 여성이 탔다는 사실에 선원들이 '뜨거운 분노'를 느끼고 '미신'에 사로잡혀 경주를 포기했다고 썼다. 하지만 선원들의 우려와 달리, 헤르초긴 체칠리에 호는 96일 만에 22,531km를 항해하며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배에 여성이 타면 불운하다는 미신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 모험담은 전 세계 신문에 실리며 화제가 되었지만, 데이는 선원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어떤 선장도 그녀를 고용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호텔 하녀로 일해야 했다. 여성 선원의 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좁다. 호주해사안전청에 따르면 전 세계 선원 120만 명 중 여성은 2%, 호주 국적 선원 중에서는 5%에 불과하다. 2024년 국제해사기구 조사에서도 해상 근무 선원 중 여성 비율은 1%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데이의 이야기는 후대에 영감을 주고 있다. 호주 왕립해군(RAN) 소속의 리베카 처치스 하사는 데이에게 깊은 감명을 받은 인물 중 한 명이다. 빅토리아주 소도시 출신인 그녀 역시 여행과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해군에 입대했다. 처치스 하사는 오늘날 해군 함정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대우받는다며 "요즘은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녀는 데이가 현대적인 엔진도 없이 오직 돛에만 의지해 거친 케이프 혼을 항해했을 때 느꼈을 공포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며, 그런 끔찍한 경험을 하고도 런던에 도착해 또 다른 배를 타고 싶어 했던 데이의 용기에 경외심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