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호주 대학 연구 논문 20년간 6배 급증…'읽는 사람 있나?'

호주 대학 연구 논문 20년간 6배 급증…'읽는 사람 있나?'

호주 대학가에서 연구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멜버른 대학교 매튜 피넉 교수의 새로운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호주 대학의 연구 논문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상당수 논문이 학술적, 사회적으로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래 호주 대학에서 작성된 연구 논문의 수는 597%나 급증했다. 하지만 양적 팽창이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0년에 발표된 논문 중 4분의 1은 이후 5년간 인용 또는 조회 수가 3회에 그쳤으며, 절반은 같은 기간 총 5회(연 1회꼴) 인용되는 데 머물렀다. 예를 들어 시드니 대학교의 논문 수는 2000년 1,873건에서 2025년 9,917건으로, UNSW는 같은 기간 1,419건에서 8,990건으로 늘어났다.

피넉 교수는 이러한 '연구 과잉'의 원인으로 학계의 '게재 아니면 퇴출(publish or perish)' 문화를 지목했다. 승진을 위해 논문 수를 늘려야 하는 압박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팬데믹 이후 국내 학생이 늘자 교육 및 연구 인력을 대거 채용했는데, 교육 수요 증가가 연구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인공지능(AI) 같은 기술 발전으로 수요와 관계없이 저비용으로 대량의 연구를 생산하기 쉬워진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호주 대학들이 연구에 쓰는 비용은 연간 약 30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납세자 세금, 학생 등록금, 민간 투자 등으로 충당된다. 과거 호주가 와이파이(Wi-Fi), 인공와우 등 세계적인 발명품을 내놓았음에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지출은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연방 야당 교육 담당 줄리안 리저 의원은 "연구의 양보다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호주연구위원회(ARC)의 우테 뢰스너 최고경영자는 "인용 수가 연구의 모든 가치를 말해주지는 않으며, 초기 단계 연구의 진정한 가치는 나중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피넉 교수는 자금 부족이 아닌, 아무도 읽지 않는 연구의 대량 생산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들이 막대한 공적 자금을 쓴다면, 얼마나 많이 생산했는지뿐만 아니라 누가 그 연구를 읽고, 사용하고, 혜택을 보는지에 대해 보고할 의무가 있다"며 실질적인 성과 측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