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은행들, 오프셋 계좌 이자 덜 지급…피해 보상액 5500만 불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의 조사 결과, 호주 시중 은행들이 수십만 명의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 오프셋 계좌 관련 이자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ASIC은 이 문제가 일부 은행에 국한된 것이 아닌 구조적(systemic)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최근 고객들에게 보상해야 했던 금액은 5500만 달러에 달하며, 앞으로 더 많은 피해 사례가 확인되면서 보상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8년 전 '로열 커미션'을 통해 호주 금융권의 부도덕한 관행이 대거 드러나며 업계 전체가 신뢰를 잃었던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 수많은 은행 이사진과 임원들이 불명예 퇴진했으며, 이후 은행들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오프셋 계좌 문제로 과거의 안일한 행태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라 코트 ASIC 위원장은 "오프셋 계좌의 이자 계산 오류는 고객이 스스로 발견하기 매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하며, 현재로서는 잠재적인 고객 피해 규모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ASIC은 조사 과정에서 은행의 실수로 고객에게 이자가 '초과 지급'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조사를 진행한 대형, 중소형 은행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재 호주에는 330만 명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오프셋 계좌에 예치된 총액은 3500억 달러에 이른다. 호주은행협회는 99%의 계좌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전체 계좌 수를 고려하면 1%의 오류만으로도 수많은 고객이 피해를 본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 고객은 은행의 실수로 오프셋 계좌 연동이 잘못 해제되어 한 달여 만에 3500달러 이상의 추가 이자를 부담했으며, 또 다른 두 고객은 재융자 과정에서 은행이 브로커에게 계좌 재연동 필요성을 알리지 않아 1만 7000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다.
은행들은 이번 사태가 고의가 아닌 시스템 및 절차상의 결함으로 발생한 '실수'였다고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8년 로열 커미션 당시 '서비스 미제공 수수료' 부과 등 여러 문제에 대해 내놓았던 해명과 유사하다.
주택담보대출 오프셋 계좌를 보유한 고객들은 자신의 계좌가 대출 계좌와 제대로 연동되어 있는지, 이자 계산이 정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출 명세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의심스러운 점이 발견될 경우 즉시 해당 은행에 문의하여 오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