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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나를 연기했다' 63세 호주 방송인 그레텔 킬린의 고백

'가짜 나를 연기했다' 63세 호주 방송인 그레텔 킬린의 고백

'빅브라더 호주' 초대 진행자로 유명한 방송인 겸 코미디언 그레텔 킬린(63)이 수년간 본연의 모습을 숨긴 채 살아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최근 리얼리티 게임 쇼 '더 트레이터스(The Traitors)'의 진행을 맡으면서 "왜 그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인 척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고 밝혔다.

킬린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 일부러 옷차림을 평범하게 하고, 주목받지 않으려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2009년 인터뷰 당시 사진 촬영에서 청바지와 갈색 재킷을 입었던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는 화려한 청록색 정장과 오렌지색 블레이저, 뱀피 무늬 부츠 차림으로 나타나 극적인 대조를 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삶에서 '유쾌함'을 되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킬린은 "과거에는 분장 파티를 창피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사람들이 왜 그런 것을 좋아하는지 알겠다"며 "놀고 즐길 수 있도록 허락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프로그램 '더 트레이터스' 첫 화에서 피 묻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관에서 걸어 나오는 파격적인 등장으로 직접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더 트레이터스'는 네덜란드 포맷을 원작으로 전 세계 40개국에서 제작된 인기 시리즈다. 뉴질랜드의 한 저택에서 촬영되는 이번 시즌에는 '마스터셰프', '서바이버' 등 호주 유명 리얼리티 쇼 출신 22명이 참가한다. 진행자는 참가자 중 소수를 '배신자'로 지목하며, 이들은 정체를 숨긴 채 다른 '충실한 자'들을 탈락시켜야 한다. 최종회까지 배신자들이 모두 발각되면 충실한 자들이 최대 25만 달러의 상금을 나눠 갖고, 그렇지 못하면 배신자들이 상금을 독차지한다.

킬린은 이 프로그램이 "인간 행동에 관한 것이라 매료됐다"고 말한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으려 눈에 띄지 않고 호감을 사야 하는 게임의 방식이 "여성들이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방식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17년 전 출간한 자신의 책 역시 여성에게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를 풍자한 것이었지만, 실은 당시 자신이 겪던 일종의 '고장(breakdown)'을 반영한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2001년 '빅브라더'로 호주 최초의 주요 리얼리티 TV 진행자가 된 그는 63세가 된 지금,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듯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