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미 최악 산불에 엘니뇨까지… 호주, 다가올 화재 시즌 '초긴장'

유럽과 북미 대륙을 휩쓸고 있는 기록적인 산불과 태평양에서 빠르게 발달 중인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호주 소방 당국이 다가오는 화재 시즌에 대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서유럽은 지난 5월 이후 네 번째 폭염을 겪고 있으며, 지난 6월은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이로 인해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32만 명 이상이 대피했고, 영국에서는 남부에서 북부 스코틀랜드에 이르기까지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수백만 헥타르의 임야가 불타고 있다. 트렌트 커틴 NSW 농촌소방청(RFS) 청장은 "유럽 소방관들이 이제 호주에서는 최근 몇 년간 더 흔해진 재앙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화재가 자체적인 기상 시스템을 만들어 전선 앞에서 번개를 동반하는 '화재적란운(pyrocumulonimbus)'까지 생성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라 트로브 대학교의 로렌 리카즈 교수는 북반구의 대형 산불들이 인류가 점점 더 맹렬한 화재의 시대로 깊이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이나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때, 이는 우연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시스템이 '불이 더 잦은 존재'를 향해 기울고 있다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기존의 소방 교과서로는 예측할 수 없는 양상으로 화재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호주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엘니뇨 현상이다. 호주 기상청은 지난 6월 엘니뇨가 진행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며, 이후 태평양 수온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엘니뇨는 통상적으로 호주 동부 해안의 기온을 높여 화재 시즌을 더 길고 위험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렉 멀린스 전 NSW 소방구조청장은 "이런 상황 이후에 닥칠 엘니뇨 화재 시즌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면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도양 쌍극자(IOD) 현상까지 겹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이슨 헤퍼넌 빅토리아 주 CFA(Country Fire Authority) 청장은 "역사적으로 엘니뇨와 양의 IOD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1982-83년, 2006-07년, 2019-20년 시즌처럼 빅토리아 주에서 가장 건조하고 심각한 화재가 발생했다"고 경고했다. 더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 초목이 예년보다 일찍 말라 화재 위험 시즌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NSW주는 공식적인 화재 위험 시즌이 10월 1일부터임에도 불구하고, 글렌 인스, 인버렐 등 4개 지방정부 관할 구역의 화재 시즌을 8월 1일로 앞당겨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화재 시즌이 길어지면서 소방 항공기나 훈련된 인력과 같은 국제적 자원 공유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NSW 소방대원들은 미국과 캐나다의 산불 현장에 파견되어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