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음악 감독, 호주 무대에 아이슬란드 시를 올리다

영화 '조커'의 음악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곡가 힐두르 그뷔드나도티르가 호주 챔버 오케스트라(ACO)를 위한 신곡을 발표했다. 오스카 수상 경력의 작곡가가 호주 오케스트라를 위해 곡을 쓰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이 곡은 현재 ACO의 전국 투어에서 초연되고 있다.
그뷔드나도티르가 작곡한 신곡의 제목은 '시간과 물(Time and the Water)'이다. 이 곡은 노르웨이 트럼펫 연주자 아르베 헨릭센, 보컬 앙상블 트리오 메디에발과의 협업으로 탄생했으며, 아이슬란드의 현대 시인 스테인 스테이나르의 시 '티민 옥 바트니드(Tíminn og Vatnið)'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뷔드나도티르는 “두 분의 할머니가 모두 시를 사랑해 내게 스테이나르의 시를 낭송해주곤 했다”고 회상하며, 물을 통해 연인 간의 단절과 연결을 탐구하는 시의 이미지가 현재 바다와 멀리 떨어진 베를린에 사는 자신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 출신인 그뷔드나도티르는 2020년 여성 작곡가로는 드물게 오스카상을 받으며 역사를 썼다. '조커'의 음악으로 골든 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BAFTA)상도 받았으며, 드라마 '체르노빌'의 음악으로는 BAFTA, 그래미, 에미상을 휩쓸었다. 그는 자신의 수상에 대해 “엄청난 충격과 함께 찾아온 놀라움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성공은 전 세계 여성 작곡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호주의 영화음악 작곡가 케이틀린 여는 “영화계에서 여성의 입지가 매우 좁은 현실을 고려할 때, 여성이 황금 조각상을 들어 올리는 모습은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뷔드나도티르는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음악적 배경이 자신의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아이슬란드는 종교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음악이 금지되어 클래식 음악의 역사가 짧으며, 1926년에야 함부르크 필하모닉의 방문으로 첫 교향악단 연주회가 열렸다. 혹독한 자연환경과 부족한 자원 속에서 아이슬란드인들은 '리무르(rimur)'라는 시 낭송 전통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왔고,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해내는” 정신을 길러왔다. 이러한 배경은 비요크와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탄생시킨 동력이 되었다.
ACO의 총괄 프로듀서 로스 맥헨리는 그뷔드나도티르의 작품을 연주하게 된 것을 “진정한 쾌거”라고 표현했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그뷔드나도티르의 신곡과 함께 고대 노르딕 성가,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엮어 “극도의 아름다움”을 탐험한다. 맥헨리는 “아이슬란드든, 호주 중부 사막이든, 척박하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장소들이 있다”며 음악과 그것에 영감을 준 풍경 사이의 연결고리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