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조작 논란, ABC 간판 탐사보도 '포 코너스' 2편 삭제 파문

호주 공영방송 ABC의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 '포 코너스(Four Corners)'의 에피소드 두 편이 정확성 문제로 방송 목록에서 삭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ABC는 방송에 등장한 일부 정보원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으며, 한 명의 정보원이 서로 다른 인물로 위장해 두 차례 방송에 등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된 방송은 마흐무드 파잘 기자가 취재한 '코카인 국가(Cocaine Nation)'와 '마약 고속도로(Meth Highway)' 편이다. 핵심 의혹은 한 명의 정보원이 첫 번째 방송에서는 마약상으로, 두 번째 방송에서는 가면을 쓴 채 '브렌던'이라는 가명을 쓰는 다른 마약상으로 소개됐다는 점이다. 사실상 동일 인물을 다른 신원으로 둔갑시켜 방송에 내보낸 것이다.
당시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였던 매튜 카니 전 총괄 프로듀서는 성명을 통해 "익명의 인터뷰 대상자가 잘못 소개되었다는 의혹을 담은 이메일을 작년 말에 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두 프로그램 모두 방송 전 엄격한 사실 확인과 검증, 법적 검토를 거쳤으며 상급 편집 관리자들에게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카니 전 프로듀서는 의혹을 접한 뒤 자체 조사를 시작했으며, 그가 퇴직한 후 ABC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도를 주도했던 마흐무드 파잘 기자는 지난 5월 ABC에서 해고됐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파잘 기자는 이전에 방송사의 결정이 "우려스러운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자신은 보도와 관련해 ABC가 제기한 우려의 본질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현재 공정근로위원회에 부당 해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BC는 과거 파잘 기자가 범죄 조직의 위협을 한 유튜버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를 옹호했으나, 이후 그가 암흑가 인사와 함께 승인받지 않은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정직 처분을 내렸다. 해당 팟캐스트는 온라인 암호화폐 카지노 광고를 포함했으며, 파잘은 팟캐스트의 재정 문제를 두고 함께 진행하던 인물과 공개적인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재 ABC의 독립 옴부즈맨이 삭제된 프로그램들에 대한 조사를 준비 중이며, 내부 편집 기준 부서 역시 수개월간 파잘 기자의 모든 작업물을 조사해왔다. 한편, ABC는 조엘 토저를 '포 코너스'의 새로운 총괄 프로듀서로 임명하고, 프로그램 기획 및 기준 편집자 직책을 신설하는 등 제작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개혁 조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