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대신 CD, 스마트폰 대신 잡지…시드니 10대들의 90년대 역주행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세상이 전부였던 호주 Z세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기술을 거부하고 아날로그 문화를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살아보지 않은 1990년대를 동경하며 스마트폰 없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추구한다.
센트럴 코스트에 사는 올리브 벌라크(15) 양이 대표적인 예다. 그의 방은 90년대 영화 '더티 댄싱' LP판, CD 더미, 빈티지 보그 잡지, 조니 뎁 포스터 등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기는 소품으로 가득하다. 스마트폰이 없는 올리브 양은 '오프라인의 삶을 원하는 10대들을 위해'라는 부제를 단 잡지 '올리브(Olive)'를 직접 창간했다.
두 달간의 작업 끝에 탄생한 잡지 창간호에는 팬케이크 레시피, 90년대 패션 팁,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는 방법, 어머니와의 인터뷰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담겼다. 인쇄비 8달러가 드는 잡지는 20달러에 판매되는데, 초판 100부가 일주일 만에 매진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올리브 양은 "친구들은 함께 있으면서도 남자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틱톡을 본다"며 "수많은 타인의 의견에 방해받지 않았던 90년대에 더 많은 자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올리브 양 개인의 취향을 넘어선 Z세대(현재 14~29세)의 보편적인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음악 영상 플랫폼 비보(Vevo)가 호주, 미국, 영국 10대 1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Z세대의 65%가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시대에 대한 향수, 이른바 '빌려온 향수(borrowed nostalgia)'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분의 1은 자신이 '잘못된 세대에 태어났다'고 느끼기도 했다.
이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CD나 DVD를 찾고, 필름 카메라로 세상을 기록하며, 손 편지를 쓰는 등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이 된 문화를 새롭게 즐긴다. 신기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뚜렷하다. 지난 4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인공지능(AI) 채택률은 지난 1년간 정체된 반면, 회의론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편, 호주 정부는 세계 최초로 소셜 미디어 연령 제한 정책을 도입했으나, 시행 6개월 후에도 어린이의 약 70%가 플랫폼의 미온적인 연령 확인 절차 탓에 계정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교육 기관은 청소년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하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드니 공과대학교(UTS)는 웨스턴 시드니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영화 제작, 사진, 음악 프로덕션 등을 대학 장비로 체험하게 하고 HSC 이수 후 입학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