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꼭 해야 할까? 테일러 스위프트에게서 배우는 지혜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우리는 ‘용서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직면한다. 시드니 대학교 철학 교수이자 ‘진정한 용서(Real Forgiveness)’의 저자인 루크 러셀은 모든 원한의 중심에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지만, 이 감정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분노는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자신을 지키고 가해자에게 맞서도록 하는 보호적 기능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가해자는 “내가 당신에게 상처를 줬다. 죄책감을 느끼며 사과하고 싶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도덕적 개선의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을 용서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굳이 용서하고 잊을 필요는 없다”며, “어떤 관계가 계속 해롭기만 했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뉘우치지 않는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스스로를 함부로 대해도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기독교, 자기계발 전문가, 그리고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등이 주도하는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과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가해자의 뉘우침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무조건적인 용서’를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 러셀 교수는 “오프리는 용서가 가해자에게 주는 혜택이 아닌, 피해자 자신이 얻는 이익을 통해 정당화한다”고 분석했다. 과학적 연구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깊이 뿌리박힌 분노는 신경계에 코르티솔을 분비시키고 혈압을 높이는 등 심각한 생리적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가해자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거나 이미 세상을 떠난 경우, 우리는 어떻게 인정받지 못한 상처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을까? 러셀 교수는 네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민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둘째, “이 분노를 계속 품어서 내가 얻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자문하는 것이다. 만약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그 감정을 버려야 할 대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셋째,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선행을 베푸는 기쁨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증오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용서의 동기가 될 수 있다. 넷째, 자신이 다른 누군가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상처를 준 적이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분노를 유지하는 것이 위선적일 수 있다. 당신이 가해자라면 피해자에게 끊임없는 원망과 자비 중 무엇을 원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러셀 교수는 사과와 달리 용서는 가해자가 ‘받아들여야’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용서는 수년간 쌓인 분노를 가라앉히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한 피해자 자신을 위한 행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