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된 '곰돌이 푸', 멜버른 희귀 도서전에 수만 달러 초판본 등장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곰 인형 '곰돌이 푸'가 100번째 생일을 맞았다. 푸의 정확한 생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작가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이 곰 인형을 생일 선물로 받은 1921년 8월 2일, 아버지 A. A. 밀른이 쓴 첫 푸 이야기가 런던 이브닝 뉴스에 실린 1925년 12월 24일, 그리고 첫 번째 책 '위니 더 푸(Winnie-the-Pooh)'가 출간된 1926년 10월 14일 모두가 푸의 생일로 거론된다. 이 중 책 출간일이 가장 널리 기념된다.
'아주 작은 뇌를 가진 곰' 푸와 피글렛, 이요르, 티거 등 친구들이 '100에이커 숲'에서 벌이는 모험은 여러 세대에 걸쳐 어린이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으며, 부모와 조부모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푸의 인기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섰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자신을 푸에 비유한 풍자 밈을 계속 검열하는 일화는 푸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
책의 상업적 성공은 대단했다. '위니 더 푸'는 출간 3개월도 안 돼 15만 부가 팔렸는데, 비슷한 시기 출간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첫해 2만 부 팔린 것과 비교된다. 현재까지 전 세계 판매량은 5천만 부에서 1억 부 사이로 추정되며, 라틴어를 포함해 8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1961년 월트 디즈니가 판권을 사들인 이후, 푸 관련 산업은 연간 5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거대 제국으로 성장했다.
푸의 가치는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높게 평가된다. 오는 7월 30일부터 8월 1일까지 열리는 멜버른 희귀 도서전에는 삽화가 어니스트 셰퍼드의 서명이 담긴 푸 시리즈 초판본 4권이 출품될 예정이다. 영국 서지학자 필립 에링턴 박사는 이 책들의 가치가 1만 파운드(약 1만 9천 호주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셰퍼드가 그린 원본 채색화는 6만 파운드로 평가되며, 과거 에링턴 박사가 경매에 부쳤던 '100에이커 숲' 원화는 책 삽화 경매 사상 최고가인 43만 파운드에 낙찰된 바 있다.
에링턴 박사는 푸의 오랜 인기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극작가 출신인 밀른의 정교한 대사, 생동감 넘치는 셰퍼드의 상징적인 그림, 그리고 작가와 삽화가 사이의 완벽한 협업이 바로 그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셰퍼드가 그린 푸의 모델이 크리스토퍼 로빈의 곰 인형이 아닌, 자기 아들의 곰 인형 '그라울러'였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뉴욕 공립 도서관에 방탄유리 뒤에 전시된 실제 푸 인형을 본 방문객들은 그림과 다른 모습에 의아해하기도 한다.
푸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100에이커 숲'의 실제 배경인 영국 애쉬다운 숲을 비롯해 미국 보스턴 어린이 박물관, 캔자스시티 국립 제1차 세계대전 박물관, 뉴욕 공립 도서관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최근에는 카밀라 영국 왕비가 뉴욕 공립 도서관에 전시 중 사라졌던 캐릭터 '루'의 복제품을 특별히 제작해 선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