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월드컵 징계 개입 논란…노르웨이, FIFA에 공식 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월드컵 선수의 출전 정지 징계에 개입한 사건과 관련해 노르웨이 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에 공식 항의를 제기할 예정이다. 노르웨이 축구협회 이사회는 오는 8월 6일로 예상되는 다음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미국 대표팀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받은 레드카드로 촉발됐다. 규정에 따라 발로건은 의무적으로 다음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연락한 후 징계가 이례적으로 보류됐다. 이 덕분에 발로건은 8강 진출이 걸린 벨기에전에 출전할 수 있었으나, 미국은 이 경기에서 벨기에에 1-4로 패했다. 트럼프는 당시 심판의 레드카드 판정을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자신의 개입으로 징계가 재검토되었다고 공을 돌린 바 있다.
리세 클라베네스 노르웨이 축구협회장은 런던 일간지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FIFA의 리더가 이것이 잘못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변호사이자 판사 출신인 클라베네스 회장은 “이번 결정이 외부 세력의 영향을 받았고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이는 지난 60년간 월드컵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기본 규칙을 훼손하는 것은 스포츠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미끄러운 비탈길에 서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전 노르웨이 여자 월드컵 대표 선수 출신으로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집행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클라베네스 회장은 2022년 취임 이후 세계 축구계의 양심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발로건의 징계가 집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스포츠의 근본적인 규칙을 타협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의 긴밀한 관계는 이전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노르웨이 축구협회는 과거에도 런던 기반의 한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에게 평화상을 수여하려 하는 등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FIFA 윤리위원회에 항의한 전력이 있다. 또한 인권 단체 ‘페어스퀘어’는 이번 발로건 사건에 대해서도 인판티노 회장이 정치적 중립 규정을 위반했다며 그가 위원으로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별도의 윤리 제소를 한 상태다.
한편 FIFA의 윤리 처리 절차의 독립성은 2017년 인판티노 회장 취임 2년 차에 수석 조사관과 판사가 모두 교체된 이후 지속적으로 의심받아왔다. FIFA는 아직 발로건을 비롯한 다른 월드컵 선수들의 징계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설명하는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